한글에 물든 예술의 잠재력과 그 확장성
‘예술에 물들다’ 전시는 한글이 예술의 영역에서 가진 잠재력과 그 확장 가능성을 탐구하는 자리입니다.
한글의 조형적 아름다움과 그로부터 파생된 다양한 예술 작품들을 통해, 한글이 단순한 문자 이상의 의미를 가지며, 예술적 표현의 중요한 도구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한글을 통해 펼쳐지는 다양한 예술적 세계를 탐험하며, 그 속에서 한글의 무한한 창의적 잠재력을 발견하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한글 전시에서 자주 받는 자음과 모음의 의미에 대한 질문은, 한글이 단순한 문자 체계 이상의 철학적 깊이를 담고 있습니다.
훈민정음은 음양오행의 원리를 바탕으로 만들어져 자연과 인간의 소통을 중시했으며, 자음과 모음에 담긴 의미는 세종대왕이 창제할 당시부터 철저하게 자연의 이치와 인간의 존재를 담았습니다.
세종대왕은 천(ㅇ.하늘), 지(ㅡ.대지), 인(ㅣ.사람)이라는 우주의 기본 원리를 한글의 자음에 반영하였다. 자음 ㅁ(미음)은 사람의 마을을 상징하며, 위아래 두 개의 대지와 오른쪽 왼쪽의 두 사람으로 표형하였다. 이는 공동체와 사람들 간의 상호작용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적 언어이다.
언어는 일상이고 일상은 인생이 된다. 문자언어는 인간에게만 있는 절대적 소통 수단이다. 그렇다면 우리 인간들은 서로 주고받은 언어를 통해 진정한 소통을 하는 것일까? 우리는 살아온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실언들과 부정확한 메시지를 주고받았는가? 나는 때로 사람들과 대화를 통해 그간 이해되었던 것들이 오히려 혼란스러워지는 경험을 한다. 과연 나는 진정한 소통을 하고 있는 것일까?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들은 진실로 서로의 소통에 필요한가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는 순간이다. 한글이라는 문자언어를 이십 년 이상 우리 문화의 대표적 요소로서 디자인 작업을 해왔던, 나는 이제 문자언어를 통해 우리의 소통을 이야기하려 한다. 인간은 문자언어가 생긴 이래 얼마나 많은 소통을 이루어냈으며 그 결과는 어떠했는가? 대화를 하면 할수록 더욱 진실에서 멀어져 가고, 서로 자신이 옳다는 것만 주장하는 수단으로서 언어를 여러 방법으로 반복하여 사용하고 있지 아니한가? 나는 이것을 표현하기 위해 문자를 천 위에 그리고 그것을 자르고 붙이고 겹겹이 칠하고 또 자르고 붙이고 칠하기를 반복하여, 우리가 하는 소통에 대해 질문하려고 한다. 겉모양은 선명해 보이긴 하지만 점점 더 본질과 멀어지고 있는 현실. 더불어, 우리는 서로 자신이 옳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지는 아니한가? 인간의 언어와 행동은 항상 일치하지 않는다. 우리는 자신의 언행 불일치 보다 타인의 불일치에 대해 더 분노한다. 어쩌면 우리는 자신과의 소통 또한 불가능한 것은 아닐까? 오로지 나만 중요한 이기적인 불통이, 점점 더 소통보다는 형식적인 겉모습 꾸미는 것에 집중하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반추해 보게 된다. 우리의 언어의 속살이 궁금해진다.
김종건은 문자와 회화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으로 '꽃맺음' 전시를 통해 서예와 회화를 융합한 독창적인 표현을 선보였으며, 최근에는 붓 대신 손을 도구로 사용해 제주 자연의 질감과 향을 담아낸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2009년 첫 개인전에서 '문자의 회화화'라는 주제로 시작한 그의 예술 여정은, 이후 '꽃'을 중심으로 한글의 회화화를 탐구하는 방향으로 발전했습니다. 2024년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열리는 10번째 개인전에서는 글자의 형태를 벗어나 그림처럼 보이는 실험적인 작업을 선보이며, 서예와 회화의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김종건은 전통 서예와 현대 타이포그래피를 결합하여과 을 완성하였고, 이번 전시에서는 '틈', '숲', '산' 같은 한글을 해체하여 추상화로 돌려내는 작업을 통해 제주 자연의 감각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의 작품은 동양과 서양, 서예와 회화의 경계에서 새로운 예술 세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습니다.
90년 대 말 전통 서예의 현대적인 재해석으로써 디자인을 접목한 멋글씨, 캘리그라피 분야의 개척에 앞장 서 왔다. 한글 창제정신과 훈민정음 해례본의 제자원리를 바탕 삼아 우리말이 가진 고움과 뜻, 소리를 멋글씨로 표현하며, 한글 꼴의 다양성과 아름다움을 알려왔다. 특히 한글 세움프로젝트를 통해 꽃봄 조형물과 웃자 조형물 등 입체적인 한글 작품들을 선보여 왔다. 최근 한글 역시 기원문자의 가능성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신문자도를 발표하고 있다. ‘춤춰봐~꿈꿔봐~앎으로 나아가봐~즐거워’라는 주제로 춤, 꿈, 앎, 책 등의 회화적인 글씨이다. 모스크바, 마드리드, 자카르타, 시드니 한국문화원 초대로 전시와 강연 등 해외에서도 한글의 가치를 알리며 한글 한류에 앞장서고 있다.
붓으로 글을 쓰다 보면 획이 꺽이는 부분에서 붓과 종이가 닿는 면이 바뀌며, 마치 입체의 면이 뒤집히는 것과 같은 효과가 생긴다. 이러한 붓글씨의 특징은 직선과 꺾임의 사용이 많은 한글에서 도드라진다.
여러 면이 존재하는 한글의 붓글씨를 입방체의 획으로 보고, 한글을 공간에 쓴다는 개념을 '입방획'이라 이름 지었다. 평면 속 한글의 붓글씨가 가진 입체성을 공간에 표현했다.
글자의 형태를 지녔지만 다양한 소재와 이미지의 변형을 통해 그 자체로 생명력이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작업. 한글이라는 '글자로 읽히는 대상'을 넘어, 시각적으로 혹은 촉각적으로 유연하고 유쾌한 이미지로 재구성 히(Hi) 완벽한 대칭을 이루며 조형적으로 완벽한 문자 'ㅎ[히읗]'은 한글의 마지막 자음이며, '한국, 한글, 한강, 훈민정음, 한겨레'의 머리글자에 속함. 생생하고 때로 장난스럽게 표현된 히(Hi)는 마치 갓을 쓴 얼굴 같기도 함